내마음의 풍경

가을이 오면 느껴 보고 싶은 것들

행복한 까시 2015. 10. 1. 07:30

 

가을이 왔다.

아침, 저녁에는 선선해서 가을 같지만 한낮에는 여름 같은 어정쩡한 가을이다. 그래도 습하고 찌는 듯한 더위가 물러나니 살 것 같다. 무덥던 여름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싸늘한 공기가 가을이 왔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한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을 시인으로 만든다.

시를 한 편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펜을 들자마자 자신감이 없어진다.

 ‘내가 시를 어떻게 써.

 시는 시인들이나 쓰는 것이지.

 내 주제에 시는 뭐. 가당키나 한 것인가?’

하면서 한발 물러선다. 하지만 매년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시를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어김없이 가을은 우리 앞에 와 있다.


 가을이 오면 밤을 주우러 가고 싶다.

아직 갈색으로 변하지 설익은 풋밤도 먹고 싶다. 한 입 베어 물면 단물이 입안 가득 고이는 그런 풋밤을 먹고 싶다. 갈색으로 잘 익은 밤을 쪄 먹고 싶다. 단맛과 특유의 밤 맛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밤을 많이 주우면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러지는 느낌이 든다.


 가을이 오면 코스모스가 핀 비포장도로를 걷고 싶다.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 보다 돌이 깔려 있어 걷기 불편하더라도 한적한 비포장도로가 좋다. 하지만 요즘은 비포장도로를 구경하기도 힘들다. 보기 힘드니 비포장도로가 더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그 길을 애인과 함께 걷는다면 더 좋겠다. 꽃도 따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싶다. 걷다가 심심하면 코스모스 꽃 도장을 찍어주며 장난도 쳐 보고 싶다.


 가을이 오면 소설을 읽고 싶다.

아주 애절한 사연과 로맨스가 담긴 연애소설 말이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소설을 읽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책에 푹 빠져 보고 싶은 것이다. 귀뚜라미가 우는 밤에 읽는 책은 낭만과 운치가 있다. 마음이 차분해져 글을 읽어도 잘 들어오고 철학 분야 같은 사색을 할 수 있는 책도 소화가 아주 잘 되는 계절이다.


 가을의 초입에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한밤에 듣는 음악이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음악을 듣고 싶은 것이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20대 어린 시절에 즐겨 듣던 그런 노래를 듣고 싶다.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음악에 취해보고 싶다. 음악을 듣다가 감정에 복받쳐 눈물 한 방울 흘린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사내가 우는 것은 좀 그렇지만, 눈물이 날 만큼 그런 감정을 느껴 보고 싶다.


 가을이 오면 달 밝은 밤에 달빛을 맞으며 걷고 싶다.

환한 달밤에 걷는 것은 너무도 운치 있는 일이다. 걷다가 힘들면 길모퉁이에 앉아서 달을 감상하고 싶다. 구름 사이로 흘러가는 달을 보며 쉬고 싶은 것이다. 왜 그런지 몰라도 가을에 뜨는 달은 더 멋진 것 같다. 아마도 가을 이란 계절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가을의 초입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가을을 타는 것일까?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우울하고, 고독하고,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해마다 찾아오는 현상이다. 이 증상은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와야 낫는다. 올 가을에는 안 가을을 타지 말아야지 하는데 벌써부터 외로움과 고독감이 밀려드는 것은 어찌 할 수가 없다. 이번 주말에는 동구 밖에 있는 가을을 맞으러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에 여행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