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야기

직장인과 유리감옥

행복한 까시 2015. 12. 18. 07:30

 

 ‘유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많다.

깨끗함, 투명함, 거울, 깨지기 쉬운 것 등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생각나는 것은 직장인 이다. 유리와 직장인은 얼핏 생각하면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직장인은 유리와 친한 사람들이다.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 자동차 유리와 마주한다.

앞에도 유리창이 있고, 옆에도 유리창이 있다. 자동차 뒤에도 유리가 있어 사방이 유리로 포위되어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백미러, 룸미러도 유리로 되어 있다. 자동차 안에서 보면 어디를 보든 유리를 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출근해서도 마찬가지 이다.

하루 종일 회사 안에서만 맴돈다. 주로 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움직여 봐야 임원들이 있는 방이나 관련부서에 가서 업무하는 것이 고작이다. 회사 사무실도 유리로 지어진 건물이다. 보기에는 근사할지 몰라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리 감옥일 뿐이다. 밖은 잘 보이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현실이 직장인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그저 도로 위를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을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만 볼 뿐이다.


 직장인은 유리 감옥에 사는 것이다.

특히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은 더 그렇다. 집에서부터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사람 한 번 접촉해 보지 못하고 출근하는 것이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업무하다가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린다. 퇴근시간에도 마찬가지 이다. 회사에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닫힌 공간에서 장소만 잠시 이동한 것이지 갇혀있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일을 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의 모니터도 유리와 비슷하다.

마치 유리 같다. 이런 모니터를 보면서 하루 종일 일을 한다. 유리벽을 보면서 일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유리벽 안에 일하는 정보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이 정보와 하루 종일 씨름하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직장인의 지갑 또한 유리지갑이다.

월급은 그대로 노출된다. 단돈 1원도 숨길 수가 없다. 그 돈들이 어디로 가는지 통장을 살펴보면 훤히 알 수 있다. 그래서 각종 세금도 정확하게 나간다. 준조세 성격의 보험료도 정확하게 빠져나간다. 유리지갑이라 조금도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숨기는 것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


 직장인은 유리와 친한 사람들이다.

싫든 좋든 유리와 동고동락을 해야 한다. 출퇴근 할 때도 유리가 옆에 있고, 일 할 때에도 유리로 된 건물에서 일을 한다. 일하는 책상에도 유리가 깔려 있고, 컴퓨터의 모니터도 유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지갑도 유리지갑이다. 그래서 직장을 유리 감옥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감옥이라는 표현이 너무 과격한 것 같지만 실상이 그런 것이다. 주말에 출소 했다가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입소를 하는 유리 감옥이다. 유리처럼 형체가 보이지 않는 투명한 감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월요일 아침이 되면 유리 감옥으로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 월요병을 끙끙 앓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