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야기

직장인을 슬프게 하는 것들

행복한 까시 2016. 1. 15. 07:30

 

 새해를 맞이하여 어제 저녁에 누나와 전화 통화를 했다.

누나는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가난한 집의 맏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결혼을 하고도 살림이 넉넉지 않아 회사에 다녔다. 이제 정년퇴직이 다가 오는 나이다. 전화하는 도중 푸념하는 소리가 들렸다. 몇 해 전부터 월급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닐 직장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직장인의 슬픈 감정이 하나 둘씩 떠올랐다.


 출근 시간 혼잡한 지하철이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숨쉬기도 어려운 탁한 공기, 옆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는 자세,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떠밀릴 때도 이런 생각이 든다. 다행이 지하철 자리에 앉았다.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앉아서 조는 직장인을 바라볼 때도 쓸쓸한 마음이 든다. 회사에 도착해 보니 아침에 입고 온 깨끗한 옷이 구겨지고, 아침에 깔끔하게 손질한 머리가 흐트러졌을 때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우여 곡절 끝에 회사에 도착해 자리에 앉는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때 직장인들을 슬프게 한다. 상사의 빨리 하라는 재촉 소리, 거래처에서는 막무가내로 일을 처리해 달라거나 납품기일을 맞추라는 요구가 우리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협력업체 직원들의 무시하는 듯한 태도, 함부로 내뱉는 말들이 우리 직장인들을 슬프게 한다.


 근무 중에 직장 상사들의 반복되는 이야기가 있다.

 ‘여태 뭐했어?’

 ‘아직도 그 모양이냐?’

 ‘올해까지만 고생하면 끝이다.’

 ‘우리 때는 안 그랬다.’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이걸 일이라고 했냐?’

 ‘도대체 아는 게 뭐가 있냐?’

 늘 반복되는 직장 상사의 잔소리가 근무 의욕을 저하시킨다. 이런 소리를 듣는 직장인들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한 사람이 잘못했는데, 단체로 회의실에 불려가 야단맞을 때, 영문도 모른 채 상사에게 야단맞을 때 우리 직장인을 슬프게 한다.


 일년 내내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적자가 계속 난다. 적자가 지속되어 연봉이 오르지 않는다고 할 때, 또 회사 경영이 악화되어 월급이 나오지 않을 때 직장인들을 슬프게 한다.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아 구조조정을 할 때, 옆 자리에 있던 동료가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강제로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갈 때 슬픈 마음은 하늘을 찌른다. 당장이라도 사표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가족들을 위해 참고 출근을 할 때 직장인들을 슬프게 한다.


 월급을 받은 지 며칠이 지나 급여 통장이 바닥이 난다.

4대 보험료, 세금, 아파트 관리비, 카드대금, 각종 공과금, 통신비, 대출금으로 월급이 순식간에 빠져 나간다. 급여가 다 빠져 나간 빈 통장이 직장인들을 슬프게 한다.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에게 제대로 외식도 못 시켜주고, 좋은 옷도 못사는 자신의 처지가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늦은 밤 시간까지 야근을 한다.

피로한 눈,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업무, 오늘까지 처리해야 할 일들, 겨우 일을 마치고 나면 몸은 천근만근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전철에 오른다. 자리가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자리에 앉으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긴다. 피로에 지친 직장인의 모습이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직장인의 일상에는 슬픔이 서려 있다.

그렇다고 직장인의 일상에는 슬픔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기쁠 때도 있다. 그러나 문득 슬픔이 생각날 때가 있는 것이다. 직장이 없는 사람들이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직장인을 슬프게 하는 일들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슬픔이 있는 일상을 이겨내야 월급이 내 손안에 들어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