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사춘기 시절 후회되는 이야기

행복한 까시 2016. 2. 4. 07:30

 

 중학교에 다니는 작은딸이 사춘기 때문인지 가끔 심통을 부린다.

그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 사춘기가 생각이 난다. 사춘기 때 심통 부린 일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왜 그랬나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중학교 다닐 때 일이다.

그 당시에는 학교가 멀어 7촌 아저씨뻘 되는 친척집에서 3개월 정도 기거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아저씨는 결혼 한지 2년 정도 되는 신혼이었을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이 된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왜 그 아저씨 집에 기거했는지 이해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도 신혼집에 말이다. 아마 그 아저씨가 집에 와서 있으라고 우리 부모님께 이야기해서 내가 그 아저씨 댁에 머무르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는 친척들 간의 의리가 좋았던 것 같다.

정도 많고, 친척들 간의 서로서로 유대관계가 좋았던 시절이었다. 요즘 같으면 아마 조카도 데리고 있기가 어렵고, 꺼려할 것이다. 어쨌든 아저씨 집에서 다니니 학교가 가까워서 좋았다. 하여튼 학교에 다닐 때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3개월 정도 아저씨 집에서 기거가 끝난 후에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 온지 며칠이 지나서였다.

아버지께서 아저씨 댁에 쌀을 보냈는데, 그 때 보낸 쌀자루를 안 가져온다고 나에게 야단을 쳤다. 어린 마음에 너무나 화가 났다. 사실 그렇게 화내실 일이 아닌데 꾸중을 들으니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그깟 쌀자루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야단을 치실까 생각하니 마음속에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보란 듯이 아버지 앞에 쌀자루를 가져다 드리기로 결심을 했다. 학교에 가서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수업을 받는 중에도 오로지 쌀자루 생각뿐이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저씨 집으로 갔다.

그런데 아저씨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것이 화근이었다. 차라리 아주머니라도 계셨으면 쌀자루를 달라고 했을 텐데 말이다. 그 때 까지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쌀자루에 들어 있는 쌀을 방안에 있는 보자기에 부어서 방안 가득히 펼쳐 놓고 쌀자루를 집으로 가져와서 아버지께 보란 듯이 드렸다.


 아마도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집으로 돌아와서 기겁을 했을 것이고, 기분이 무척 상하셨을 것이다. 쌀을 방안에 가득히 펼쳐 놓고 같으니 말이다. 아마 나에게 못된 놈이라고 원망도 많이 하셨을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께도 원망을 하셨을 것 같다. 그 후에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나를 보아도 일체 그 쌀자루에 대한 말씀은 안 하셨다. 그것이 오히려 더 미안했다. 그 당시에는 이 사건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못했으나, 나이가 들고나니 더더욱 미안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아저씨를 만나면 꼭 그 때 일을 사죄하고 싶은데 자꾸 잊어버린다.

다음에는 만나면 반드시 잘못을 이야기할 것이다. 아마 아주머니 아저씨는 그 일을 잊어버렸을 수 있다. 남의 잘못은 쉽게 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잘못한 사람은 대부분 쉽게 있지 못한다. 범죄자들이 마음속의 괴로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듯이 말이다. 문득문득 이 일을 회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이야기를 아주머니 아저씨께 해야 얼굴이 화끈거리는 증세가 없어지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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