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퇴근하는 아빠의 손

행복한 까시 2016. 2. 25. 07:30

 

 

 퇴근하는 길에 슈퍼에 들렀다.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아이스크림 코너에서 발걸음이 멈춰졌다. 눈은 아이스크림에 자연스럽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한 개씩 낱개 포장되어 있는 아이스크림이다. 신혼시절 아내와 함께 맛있게 먹었던 아이스크림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현관문에 들어섰다.


 작은 딸은 비닐 소리가 난다며 뛰어왔다.

아이스크림을 보자 재빨리 비닐봉지를 낚아채 간다. 그러면서 야호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언니 방으로 뛰어간다.

“언니,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왔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능숙한 솜씨로 아이스크림 상자를 해체한다. 파란색을 먹을까, 노란색을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더니 노란색 포장의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맛나게 먹는 작은딸을 보니 내 마음도 행복해진다.


 아빠가 퇴근할 때 아이들은 아빠 손만 본다.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으면 인사만 하고 사라진다. 아빠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어야 아는 체를 한다. 가끔 봉투나 쇼핑백에 있는 물건이 먹을 것이 아닐 때에는 실망하는 눈빛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주머니 사정 때문에 매일 먹을 것을 사다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이런 간식들이 건강에는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자주 사줄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은 퇴근길에 아이스크림을 산 이유가 있었다.

일요일에 작은 딸이 열심히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해서 기특했었다. 그리고 또 한기지 이유가 있었다. 일요일에 마트에 갔는데 아이스크림을 사 달라고 보챘는데 사주지 못했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보자마자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던 작은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퇴근길 아빠의 손은 아이들의 기다림이다.

한참 성장기에 있는 딸들은 먹을 것만 찾는다. 밥을 금방 먹고도 간식을 또 먹는다. 늘 허기진 사람들처럼 먹어댄다. 그래서 먹을 것만 있으면 반가운 것이다. 그래서 아빠의 손이 더욱 기다려지는 것이다. 아빠의 손을 보고 행복해 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원망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퇴근길 아빠의 손은 또 하나의 행복이다.

아빠의 간식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먹는 아이들도 즐겁고 행복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빠와 엄마도 행복한 것이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보아도 즐겁고 행복하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실감이 난다. 오늘도 퇴근길에 어떤 행복을 들고 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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