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여름 냄새

행복한 까시 2016. 7. 5. 19:00

 

 

 농익은 여름이 시작되었다.

원래 여름은 6월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6월의 여름은 미숙하기만 하다. 날씨는 덥지만 여름 냄새가 나지 않는다. 덜 익은 풋과일 같은 상큼한 느낌이 난다. 여름치고는 깨끗한 느낌이 나는 계절이다. 7월이 되어야 비로소 여름다운 맛이 난다.


 본격적인 여름은 장마와 함께 시작된다.

번쩍이는 번갯불, 지축을 흔드는 천둥소리, 굵은 빗방울이 세차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여름이 왔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여름의 즐거움이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마당에 물이 흥건히 고이면 물방울이 생겨난다. 빗방울이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물방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방울은 잠시 머물러 있다가 터져 버린다. 사방에서 이런 물방울이 생겨나고 터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사람들의 세계에서 태어나고 죽음을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낮에도 어둑어둑한 날씨는 운치가 있다. 약간 우울한 느낌을 주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나름대로의 분위기와 낭만이 있는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은 낮잠 자기에 아주 좋은 날씨이다. 서늘한 날씨에 이불속에 들어가면 포근한 느낌과 함께 잠이 스르르 들어 버린다. 비오는 날의 낮잠은 꿀맛 같다. 어린 시절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어머니는 간식을 준비해 놓으셨다. 삶은 옥수수, 삶은 감자, 감자전 등 여름에 나는 먹을거리로 간식을 장만하셨다. 비와 함께 먹는 간식이야말로 여름 냄새와 맛이 제대로 나는 음식이다. 


 장마 전선이 북쪽으로 물러나면 무더위가 시작된다.

여름 냄새의 절정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어린 시절 낮에는 냇가에 가서 살았다. 물에 들어가면 시원했다. 손바닥과 발바닥의 피부가 퉁퉁 불어 주름질 때까지 물에서 놀았다. 아이들의 물놀이를 많이 할 때가 여름의 절정이다. 이 무더위 때는 밤에 자려고 누우면 살이 비닐 장판에 달라붙는다. 어린 시절에는 이 느낌이 신기해서 계속 등을 비닐 장판에 대 보곤 했다. 그리고 한 참 잠을 자다가 보면 앵앵거리는 모기 소리가 잠을 깨운다. 모기 소리는 기분이 나쁜 소리이다. 게다가 모기에 물리면 아주 불쾌한 통증이 온다. 가려운 듯하며 아픈 통증은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든다.


 51번째 여름을 맞는다.

매년 똑같이 오는 여름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년 여름은 조금씩 다르다. 더운 정도도 조금씩 다르고, 비의 양도 조금씩 다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 겪은 시골 농촌에서 느끼는 여름의 정취가 다르고, 학업과 직장 때문에 도회지로 나와서 맞는 여름의 색깔 또한 다르다. 여름을 맞이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여름을 느끼는 감성도 달라진다. 여름을 많이 맞이해 본 사람이 여름 냄새도 잘 맡는다. 요즘은 여름 냄새를 느끼는 것으로 행복해 진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있어 삶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이 또한 감사하다. 올 여름에는 어떤 여름 냄새가 나를 즐겁게 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