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아침잠을 깨우는 정겨운 소리들

행복한 까시 2016. 7. 19. 07:30

 

  

 오랜만에 고향집에서 하룻밤을 잤다.

시골에서의 하룻밤은 이국적이다. 어린 시절 많은 날을 보낸 고향집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낯설어진다. 이부자리, 방안의 조명, 고요한 정적을 깨는 소리 등이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다. 특히 잠을 자다가 새벽녘에 들리는 소리는 정겹기도 하지만 낯선 소리들이다.


 잠을 자다가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는 시계 소리다.

숫자가 크게 써진 큼지막한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특 특 특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를 낸다. 잠결에 이 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한다. 이 시계소리를 무시하면 다시 잠에 빠져들 수 있으나, 신경을 쓰면 잠을 잘 수가 없다. 시계소리에 집중하면 할수록 소리는 더 커진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들은 시계소리에도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한참을 자다가 보니 창가에서 청개구리가 울어 댄다.

크기는 작은 것이 큰 소리로 운다. 아마도 새벽의 고요함 때문에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다. 그래도 어린 시절 듣던 소리라 반가운 마음이 든다. 청개구리 우는 소리가 적응되어 갈 무렵에 수탉들이 울어 댄다. 요즘은 고향에서 토종닭의 계란을 먹으려고 닭을 키우는 집이 많다. 여러 마리의 수탉들이 울음을 내 뱉는다. 마치 내가 제일 목청이 크다는 것을 뽐내려는 듯 여기저기서 울어 댄다. 수탉들이 우는 것을 보니 동이 텄나 보다.


 수탉들의 울음소리가 적응되어 갈 무렵 또 다른 불청객이 찾아 왔다.

뻐꾸기가 운다. 짝을 찾는 것인지, 기뻐서 우는 것인지, 슬퍼서 우는 것인지 계속해서 운다. 뻐꾸기 소리는 어린 시절 많이 들어서 정겨움이 있다. 꼭 고향을 대표하는 소리 같다. 그런데 뻐꾸기의 속성을 보면 교활한 놈이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공짜로 새끼를 키우는 나쁜 놈이다. 남의 둥지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둥지 주인의 새끼와 알을 밀어 내어 죽여 버린다. 남의 둥지에서 태어난 것 까지는 그런대로 이해해 줄 수 있는데, 둥지 주인의 새끼를 해치는 것을 보고 뻐꾸기에 대한 정이 떨어졌다. 정말로 나쁜 뻐꾸기다.


 아침이 되니 제비가 울어 댄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제비 소리다. 제비가 부부싸움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제비 새끼들 먹이를 구해오라고 외치는 소리 일까? 아니면 새로 태어난 새끼를 교육 시키는 소리 일까? 나름대로 상상을 해 본다. 제비 소리를 들으니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그리고 귀에 익숙한 소리라 푸근한 느낌이 든다.


 잠깐 잠들었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개가 짖는다.

아마도 동네에 낯선 사람이 등장 했나보다. 여러 집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개들이 짖어 댄다. 눈을 떴다. 잠자기는 다 틀린 것 같다. 일어나 앉으니 어머니는 더 자라고 말씀하신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이 편안하게 더 잤으면 하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밖으로 나오니 해가 벌써 높이 떠 있었다.

해가 뜨니 동물들이 울음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해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중요한 존재이다.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근본 에너지이다. 그래서 동물들도 좋아서 우는 것이다. 아니 우는 것이 아니라 즐거워서 노래하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운다고 표현해서 그렇지만, 사실은 노래를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지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청개구리, 뻐꾸기, 수탉, 제비, 개들이 계속 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정겨운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행복해지고, 편안해 진다. 아마도 고향에서 이런 소리를 들어서 더 푸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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