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언제 올 거니?'

행복한 까시 2017. 8. 21. 19:12


  부모님을 떠난 것이 36년이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시골에서 수도권으로 유학을 가기위해 떠나온 것이다. 워낙 집 떠난 지 오래되어 이제는 집에 대한 감정도 희미해져 간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나에게는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 있다. 그 당시에는 전화도 없어 소식을 전하지도 못했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부모님과 쉽게 통화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먹기가 쉽지가 않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전화 한다는 것을 잊고 산다. 이따가 전화 해야지 하고도 잊어버려 며칠 뒤에나 전화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항상 주말에 안부 전화를 드린다. 주말이 되어야 가족이 생각나 전화라도 한번 드릴 수 있는 것이다.

 

 고향집으로 전화하기 위해 수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나다, 엄마다. 애들 잘 있냐? 어미는 잘 지내고?”

 

 어머니는 수화기를 들고 아들이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질문이 쏟아진다. 늘 가족들 잘 있는지 궁금하신 모양이다.

 

, 잘 지내요. 저녁은 드셨어요? 잘 지내시나 궁금해서 전화 걸었어요.”

그래, 먹었다. 벌써 먹고 테레비 보는 중이다.”

 

어디 아프신 데는 없구요?”

아픈데 없다. 괜찮다.”

 

아버지도 건강 괜찮으세요?”

그래 너희 아버지도 밥 잘 잡숫고 잘 지내신다.”

 

 무조건 잘 지내신다고 하신다. 아파도 내색도 별로 하지 않으신다. 자식이 걱정할까봐 숨기는 것이다. 어머니의 목소리로 집안이 편안한지 짐작할 뿐이다. 목소리가 안 좋으시면 분명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고향에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이것저것 말씀을 해 주신다. 소식이 별로 없으면 대화는 바로 끊어진다. 말을 만들려고 해도 별로 할말이 없는 것이다. 어머니께서 반갑게 전화를 받으셨는데, 바로 끊기가 그런 것이다.

 

 전화가 끝나갈 무렵에 꼭하시는 말씀이 있다.

 

 “언제 집에 올 꺼니?”

 “글쎄요.”

 

 답변을 바로 하지 못한다.

주말에도 언제 시간이 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언제 올 거니?’는 보고 싶다는 말씀이다. 항상 전화만 하면 하시는 말씀이다. 자주 찾아뵈어야지 하면서도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지 하면서도 마음뿐 실행은 잘 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님의 모습은 미래의 내 모습이다.

나도 나중에는 부모님처럼 자식들을 기다릴 것이다. 자식들이 전화하면 언제 올 꺼니?’ 하며 물어 볼 것이다. 그런 나를 아이들은 귀찮아할지도 모른다. 아마 전화로 목소리만이라도 들려주면 감지덕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부모님은 저녁을 드시고 전화를 기다리실지 모른다.

거실 한 귀퉁이에 있는 전화기를 바라보고 계실 것이다. 행여나 어떤 자식에게 전화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오늘 저녁에는 잊지 말고 부모님께 전화 한통 넣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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