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잡초가 빨리 자라는 이유

행복한 까시 2016. 6. 7. 19:59

 

 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비개인 하늘은 맑기만 하다. 출근길 기분이 상쾌했다. 흐리고 비오는 날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 출근길에 잡초들이 더 싱싱해 보인다. 아마도 물을 머금어서 그럴 것이다. 사람들도 목마름에 물 한잔 마시면 생기가 돌지 않는가? 잡초들도 사람들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작년에 옥수수를 심었던 밭이 있었다.

출근길에 그 옥수수 밭을 항상 지나갔다. 매일 매일 옥수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매일 보면 자라는 것 같지 않지만, 며칠 만에 보면 쑥 자라 있다. 옥수수 개꼬리(옥수수 꽃)가 나오고, 옥수수 열매가 맺혔다. 옥수수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그 밭이 빈 밭으로 있다.

주인이 바빠서 그랬는지 아무 것도 심지 않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아무 것도 심지 않은 빈 밭이 잡초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아니 곡식을 심었을 때보다 더 무성하게 자라 있는 것이다. 잡초만 보면 그곳이 밭이었다는 것을 잊게 만든다. 그냥 들판처럼 잡초들이 점령해 버렸다. 밭에 거름이 남아서 인지 다른 곳의 잡초들 보다 더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가끔 잡초와 나무가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된 산속의 집, 사람들이 발길이 닿지 않은 유적에는 어김없이 식물들이 점령한다. 대표적인 곳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식물들이 점령을 했다. 거대한 나무뿌리와 줄기가 건물을 삼켰다. 나무줄기에 감긴 건물을 볼 때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마치 잭과 콩나무의 콩처럼 괴물들이 나타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예전 직장에서는 나무뿌리가 화장실 변기를 막은 적도 있었다. 나무가 화장실 정화조를 타고 와서 변기 아래까지 올라 온 것이다. 그때도 약간 섬뜩함을 느꼈다.


 식물들도 감정이 있다.

아니 동물들 보다 더 예민한지도 모른다. 예뻐해 주면 잘 자라고, 미워하면 시들어 죽는다. 애완동물처럼 예뻐해 주어야 잘 자라는 것이다. 식물들은 정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감정을 더 잘 읽어 낸다고 생각한다. 사람들도 말이 많은 사람은 남의 감정을 잘 읽어 내지 못한다. 반면에 말수가 적은 사람들이 남의 감정을 잘 읽어 낸다. 식물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늘 한자리에서 동물들의 움직임이나 계절의 변화를 잘 읽어 내는 것이다.


 잡초는 잘 자란다.

생명력도 질기다.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본능 때문이다. 잡초가 빨리 자라는 것은 사람들에 의해 뽑혀질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빨리 자라서 꽃도 피워야 하고, 열매도 맺어야 하기 때문에 꾸물거릴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곡식은 느긋하다. 늦게 자라도 주인이 알아서 씨를 보관해 주기 때문이다. 잡초는 뽑아내도 잘 죽지 않는다. 비가 오면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질긴 생명력이다. 이런 생명력을 배워야 한다. 빨리 자라고 질긴 생명력 말이다. 그래서 끈질긴 사람들을 잡초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