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늦가을 대학 캠퍼스를 거닐면서

행복한 까시 2016. 11. 22. 19:38

 

 

 지난 주말에는 대학 입학 수시 전형의 논술 시험이 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딸아이 시험장에 갈 준비를 하였다. 지하철에 오르니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책가방을 맨 수험생들이 보였다. 대학 캠퍼스에 도착하니 수험생들로 인산인해다.


 딸아이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대중교통이 적응되지 않는 모양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통학해 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집 가까이 있는 학교에 다녔고, 고등학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지방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다가 복잡한 서울에 오니 심난해 하는 것 같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딸아이는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간이 많이 남아 커피숍에 들어갔다. 커피숍에도 학부모들로 가득 차 있다. 모두 시험을 잘 보기를 기대하며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한참 후에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으려고 책을 펼쳤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몇 번 책을 읽으려고 시도 했지만 머리가 복잡해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을 덮고 밖으로 나왔다.

늦가을 날씨답지 않게 햇살이 따스했다. 캠퍼스 교정을 거닐었다. 단풍이 멋들어지게 들어 있었다. 도심에서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조경을 아름답게 가꾸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풍경과 캠퍼스의 조경이 잘 어우러져 있다. 마치 숲속에 단풍 구경 온 느낌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교정을 거닐고 있으니 옛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32년 전 입시 때가 생각이 난다.

학력고사를 보고 난 후 많은 방황을 했었다. 성적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았다. 성적에 맞춰 서류를 넣었더니 다행히 합격을 하였다. 합격을 했어도 기쁘지 않았다. 재수를 할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재수할 형편이 되지 않아 그냥 다녔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1년 동안은 방황을 했다. 2학년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실력에 맞는 대학을 들어갔는데, 욕심 때문에 방황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재수를 했어도 성적이 더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젊은 시절의 성장통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캠퍼스를 거닐다 보니 시험 끝났다는 종이 울렸다.

조금 있으니 딸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이 지쳐 보였다. 지금 딸아이도 나와 똑같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시험 성적과 대학 입시 모두 내가 겪었던 일을 비슷하게 겪고 있다. 딸아이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아빠도 많은 방황 속에서 살아왔다고 말이다. 이번 입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딸아이를 데리고 다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딸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 하루에 두 번의 시험을 치르러 다니니 힘들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시험을 치는 딸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이번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본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음 정시 전형이 있으니 실망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