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대보름 맞이 윷놀이

행복한 까시 2024. 3. 3. 22:46

 

 지난 정월 대보름에 고향 동네에서는 윷놀이 행사가 있었다.

몇 해 전에 고향 선배들이 향우회를 만들었다. 고향을 지키는 사람과 외지에 나가 있는 고향 선후배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 만든 모임이다. 처음에는 모임의 규모가 작았으나 요즘은 회원들도 늘어나고, 향우회 간부들이 노력 덕분에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향우회에 참가는 못 하고 기부만 했었다. 향우회에서 주최하고, 부녀회,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여 윷놀이 행사를 하게 된 것이다.

 

 윷놀이 행사는 처음 참석하는 것이다.

윷놀이는 몇 번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윷놀이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행사 때마다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전날 고향 집에 들러 하루를 묵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보니 좋다고 하신다. 형님과 형수님도 윷놀이에 참석하는 동생을 반겼다.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를 잘하라고 몇 번을 당부하신다. 어머니는 환갑이 다되어 가는 아들이 아직도 철없는 아이처럼 보이는가 보다.

 

 고향 집에서 형수님이 챙겨 주시는 아침을 먹고,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처음 윷놀이 행사에 참석하기 때문에 멋쩍으면 어쩌나 조금 걱정을 했다. 마을 회관에 도착하니 고향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부녀회원분들은 음식 준비로 분주했다. 수고하신다는 인사를 하고, 방안의 어르신에게도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보는 분들인데도 고향 분들이라 그런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모두 반가워해 주셨다. 뒤편으로 가 보니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배님들이 일하고 있어 팔을 걷어붙이고 일손을 도왔다. 기념품을 나누어 주고, 번호표 나누어 주는 일을 했다.

 

 번호표를 나누어 주다가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블로그에서 소통하던 가을홍시 님을 만났다. 오프라인에서 만나 뵈니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인사를 나누고, 번호표를 나누어 드렸다. 그분도 무척 반가워하셨다. 그리고 또 반가운 친구도 만났다. 산 너머 중학교 동창도 만나고, 어릴 적 개구쟁이 시절 같이 놀던 앞집, 옆집 친구도 만났다. 모두 반가운 얼굴들이다.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면 괜히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고향 사람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런 따뜻함 때문에 고향을 찾는 것이다.

 

 드디어 윷놀이가 시작되었다. 윷놀이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64개 팀이 출전했다. 토너먼트 방식이라 천천히 진행되었다. 윷놀이를 진행하며, 음식 만들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단순히 윷놀이 행사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부녀회 회원분들은 부침개 부치고, 고기도 굽고, 쌍화차도 만들고, 미리 돼지를 잡아 해장국도 끓였다. 마치 어린 시절 잔칫집 분위기 같았다.

 

  윷놀이 중간에 점심을 먹었다.

어린 시절 놀던 앞집, 옆집 친구와 함께 식사했다. 그동안 나누지 못한 밀린 이야기를 했다. 서로 장난을 치며, 이야기하다 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점심을 먹고, 어르신들을 보니 몇 분 계시지 않았다. 돌아가신 분들도 많고, 요양원에 들어가신 분들도 많았다. 몇 년 지나면 어르신들이 참석 못 할 그것으로 생각하니 쓸쓸한 마음이 든다. 오래 건강하셔서 윷놀이 행사에 참석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윷놀이가 후반전으로 넘어갔다.

모두 승부욕이 불타올라 게임에 열중했다. 8, 준결승, 결승으로 갈수록 게임은 더 흥미진진했다. 마을 어르신들이 역시 잘하시는 것 같다. 향우회 회장님 모친께서 우승했다. 나는 첫 번째 게임에서 탈락했다. 역시 윷놀이 초보는 이기기 힘든 게임인 것 같다. 어머니와 형수님은 1승을 했고, 승부욕이 강한 형님은 5등을 해서 휴지를 잔뜩 받아서 나에게 1개를 주셨다. 윷놀이가 끝나고 나서 행운권을 추첨하였다. 거의 모든 사람이 선물을 받아 간 것 같다.

 

 이렇게 윷놀이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차가 막힐까 봐 서둘러 상경을 했다. 몸은 좀 힘들었지만, 행복하고 따스한 하루였다. 고향을 정을 흠뻑 맡은 느낌이다. 마음이 푸근했다. 가족도 만나고, 친구들도 만나고, 마을 어르신, 고향 선후배들을 만나니 반가웠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행복한 삶의 일부분인 것 같다. 소박한 일상이 참 좋은 하루였다.

 

'내마음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경-나루터와 나룻배에 대한 추억  (0) 2016.09.05
비와 우산에 대한 추억  (0) 2016.06.20
잡초가 빨리 자라는 이유  (0) 2016.06.07
할머니와 화롯불에 대한 추억  (0) 2016.01.19
엿과 겨울추억  (0) 201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