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내마음의 수필

행복한 까시 2006. 11. 12. 21:44

  지금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을 거창하게 수필이라고 칭하지만 진짜 수필가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아마 수필의 걸음마 수준일 것이다. 학창시절에 배운 수필의 정의가 새삼 생각난다. 수필이라는 것은 생각나는 대로 붓 가는 대로 써내려 가는 것이라고 배웠다. 즉 무형식의 글이며 주변의 신변잡기에서 일상사를 폭넓게 다루는 문학의 한 장르라는 것이다. 수필이 형식이 없이 자유롭게 쓰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형식이 없다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작문 숙제를 학교에서 내 줄 때 자유로운 제목으로 쓰라고 하면 더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수필을 자주 쓰다 보니 글 솜씨가 점진적으로 늘어간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그래도 글을 쓰면서 내 생활도 많이 변했다. 처음에는 글의 소재가 없어서 글을 올리는 횟수가 적었으나, 글을 계속해서 쓰다가 보니 소재가 자꾸만 생겨서 요즈음은 더 자주 쓰게 된다. 그만큼 내 생활 주변을 돌아본다는 이야기가 된다. 내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습관이 많이 생겼다. 마치 소설가가 어떤 상황을 주도 면밀하게 관찰하여 독자가 그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묘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가의 수준은 안되지만 자꾸만 그런 쪽으로 관찰하고 주시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글도 처음 보다는 많이 부드러워 졌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의 수필은 말이 수필이지 일기나 마찬가지이다. 즉 내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수필의 형식을 빌려 편안하게 쓴 글이다. 어릴 때는 일기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의 일과 위주로 적어서 싫었고, 대학교 때 이후의 일기는 너무 침울하고, 방황 위주의 일기라 모두 없애 버렸다. 우울한 나날의 일상을 지워 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수필로 일기의 브랜드를 바꾸니까 밝은 형식의 글들이 쓸 수가 있었다. 또한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보다 긍정적이고 밝은 글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좋은 글들을 모아 우리 딸들에게 선물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말로 하는 교육보다 글로 하는 교육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떤 날은 글을 쓰고 싶은 날도 있고, 어떤 날을 글을 쓰기가 싫은 날도 있다. 머리 속으로 글을 써야지 하는데도 실제로는 글이 잘 나오지 날도 있다. 또 어떤 날은 글이 쉽게 술술 풀리면서 아주 짧은 시간에 블로그 한 꼭지가 써지는 날도 있다. 그러고 보면 글도 마음먹은 대로 쉽게 써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마음의 수필에서는 마음속에 담긴 예쁘고 좋은 생각의 글을 많이 올리고 있다. 어떤 사물이나 관념 등이 내 마음에서 느껴지는 것과  또 내 마음에 저장되어 있는 것을 글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밖으로 끄집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때로는 보편 타당한 것일 수도 있고, 나만의 색다른 시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 타당한 것들이 더 많은 것이다. 내 성격이 그리 독특하지도 않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날씨가 의미 있게 독특한 날, 아마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을 한잔하고 싶어지는 날과 같이 비오는 날이거나 날씨가 아주 쾌청한 날, 아주 경치가 좋은 곳에 가면 수필이 쓰고 싶어진다. 아주 우아하게 수필을 써 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막상 몇 자 쓰다가 보면 나의 생각은 금새 바닥이 나 버린다. 아마 글은 많이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머리 속에 있는 감수성의 깊이가 얕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글은 길게 쓴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짧더라도 사람의 생각이 함축되어 표현되어 있다면 훌륭한 글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글 중에서 가장 우수한 글은 사람들을 사고의 바다로 이르게 하는 시(詩)가 아닌가 한다. 그 짧은 글 속에 어마어마한 생각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글쓰기의 최고 경지에 오른 이른바 글쓰기의 달인은 시인(詩人)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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