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나는 생일을 4개나 갖고 있다.

행복한 까시 2012. 3. 12. 07:15

 

 

 보통 생일은 일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매년 돌아오는 생일이라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생일이 왔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나는 매년 돌아오는 생일이라 유난을 떨고 싶지 않다. 그냥 챙겨 주면 고맙게 받고, 챙겨주지 않으면 그냥 넘기고 만다. 총각 시절에는 생일을 그냥 넘기기 일쑤였다.


 결혼을 하니 달라졌다.

아이들이 크니 아빠의 생일을 챙기려고 한다. 아빠의 생일을 챙기는 속셈은 따로 있다. 아빠의 생일이 되면 외식을 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챙기는 것이다. 아빠의 생일 보다 외식이 더 기다려지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생일달이 돌아오면 생일 언제냐고 계속 보챈다.


 나는 생일을 네 개나 갖고 있다.

진짜 생일인 음력 윤달 생일, 음력 생일, 양력생일, 주민등록상의 생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생일이 네 개인 것이다. 생일이 네 개나 되니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진짜 생일

 윤3월 X일이 진짜 생일이다. 올해는 윤삼월이 들어 있는 해이다. 그래서 진짜 생일은 이번이 두 번째로 맞이하는 것이다. 스물일곱 살이 되던 해에 진짜 생일이 한번 지나갔다. 20년 만에 맞이하는 생일이다. 얼마 전에 아내에게 올해는 진짜 생일이 온다고 이야기를 했다.


 “올해는 두 번째 오는 진짜 생일이야.”


아내가 대답을 한다.

 “올해는 생일 제대로 해야 하겠네.”

 

 “아냐, 그냥 미역국이나 맛있게 끓여줘요.”


 #음력 생일

 음력 3월 X일이 매년 생일을 챙겨 먹는 날이다. 윤삼월이 없으니 그냥 음력 3월에 대신해 서 생일을 챙겨 먹는다. 어린시절에는 윤달에 태어난 것에 대해 불만이 좀 있었다. 왜 윤달에 태어나서 진짜가 아닌 가짜 생일날을 챙겨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지만 어린시절에는 이 작은 것 하나도 불만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양력 생일

 양력 생일은 5월 X일이다. 어린시절 가짜로 챙기는 음력 생일에 불만이 많아 양력 생일을 찾기로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양력 생일을 챙겨 먹기로 했다. 양력 생일이라면 윤달에 관계없이 정확한 내 생일을 챙겨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내 생일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큰 이유도 있었다. 결혼 전에는 양력으로 생일을 챙겨 먹었다. 결혼 하고 나서 다시 생일을 빼앗겼다. 아내가 생일은 음력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아내의 의견대로 그냥 음력 3월 X일에 매년 생일을 챙겨 먹고 있다. 결혼을 하고 나서 방황하던 내 생일날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그런데 올해 윤삼월이 돌아오니 방황하던 생일날이 생각이 난 것이다.


 #주민등록 생일

 6월X일이 주민등록 생일이다. 나의 탄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날이다. 아버지가 아무 날이나 정해서 호적에 올린 것이다. 나의 탄생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날이지만 법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이다. 학창시절 내내 졸업장과 각종 상장에 기록되는 날이다. 시험에 응시하거나 이력서에도 기록되는 중요한 날이다. 회사에서도 이 날이 공식적인 내 생일 날이다. 가끔 이 날에 생일 축하 메시지 몇 개가 도착한다. 깜짝 놀라 메시지를 확인하면 그날이 주민등록 생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는 생일날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올해 윤삼월이 오니 어린시절 불만이 생각난 것이다. 매년 남의 생일날에 생일을 해 먹는다는 느낌을 받은 어린시절이었다. 어머니가 매년 음력 3월 생일이 돌아오면 미역국과 떡을 정성스럽게 마련해 주셨는데도 불구하고 생일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윤달에 태어난 것을 불만으로 여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왜 그리 불만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윤삼월이 오니 그 때의 생일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